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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칼럼)율사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다

    “율사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다.” – 변호사 과잉시대의 그림자

    옛 중국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율사가 많아지면 나라가 망한다.”
    국가를 지탱하려면 실물 경제에 기여하는 다양한 직업군이 균형 있게 존재해야 한다.

    그런데 똑똑한 자식, 부유한 자식, 권력 있는 자식들이 앞다투어 ‘쉬운 돈벌이’를 찾아 법조계로 몰려드는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국민들 사이의 분쟁을 먹거리 삼는 ‘율사 과잉 사회’는, 결국 갈등과 분열로 스스로를 갉아먹게 된다.

    법조인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분쟁이 많아졌다는 뜻이고, 동시에 사회의 도덕과 신뢰가 무너졌다는 증거다. 그래서 이 오래된 격언이, 유독 요즘 한국 사회를 겨냥한 말처럼 들린다.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 정부는 ‘법률 서비스의 문턱을 낮춘다’는 명분으로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이후 사법시험은 폐지되고 미국식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며, 변호사 수는 급증했다. 2024년 말 기준, 대한민국의 변호사 수는 판·검사를 포함해 4만 명을 넘어섰다. 법조인의 사회적 영향력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다.

    문제는, 이렇게 양산된 법조인들이 모두 전통적인 법조 시장에 흡수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미 시장은 포화 상태다.

    대형 로펌들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이들은 단순한 법률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사실상 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실세 집단으로 자리잡았다.

    젊은 변호사들은 일자리를 찾아 헤매다 결국 일부는 ‘돈과 권력’이 있는 정치권으로 발길을 돌린다.

    최근 국회와 주요 정당을 보면, 90년대 중반 이후 포화된 법조 시장에서 밀려나온 변호사 출신 인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정치인의 자질보다는 ‘법기술자’의 관점으로 정치를 바라본다는 점이다.

    결국 업계에서 뒤쳐져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변호사가 두번씩이나 대통령이 되면서 정치권은 변호사들의 독 무대가 되었고, 이들의 정치권력 다툼속에 검사출신 대통령까지 나왔다가 탄핵을 당하는 과정도 사실은 정치권 율사들의 정권투쟁 다툼에 법원.검찰.헌법재판소 율사들까지 본분을 망각하고 설쳤기 때문이다.

    법률적 사고는 정의보다는 논리, 인간보다는 조문을 우선한다. 그런 관점이 정치권을 장악하게 되면, 국정 운영은 국민과의 소통이 아니라 정당 간 법적 공방과 이전투구로 변질된다.

    국민의 눈높이보다는 법조인의 해석이 앞서고, 현실과 동떨어진 법 논쟁이 정치를 마비시킨다. 국회가 국민을 대변하기보다, 법률가들이 벌이는 ‘소송의 장’으로 변해가는 현실은 실로 우려스럽다.

    법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상식과 도덕이다. 법은 마지막 수단이지, 인간 사회의 모든 것을 규율할 만능 도구가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 사회는 법의 수단화가 아닌 ‘법의 무기화’로 치닫고 있다. 정치가 설득이 아니라 고소·고발로 이어지고, 사회 갈등이 합의가 아닌 법정 다툼으로 치닫는다. 그 이면에는 율사 과잉 사회라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지금 되새겨야 할 말은 단순한 “법을 지키자”가 아니다.
    “법 이전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치는 법이 아니라 품격으로 다뤄야 한다.”
    법률가들이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법보다 국민을 먼저 보고, 논리보다 책임을 앞세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율사 과잉의 시대에 다시 질서와 품격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 법을 안다는 자들이 앞장서 설쳐 대는 순간, 정치꾼들은 나라를 마음껏 유린한다.